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Contents

1 의의
2 처벌의 근거
2.1 원인행위와 실행행위
2.2 구성요건모델 이론
2.3 반무의식상태설
2.4 예외모델 이론
3 유형 및 실행의 착수시기
4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기위한 요건
4.1 위험발생의 예견
4.1.1 특정구성요건실현설
4.1.2 전형적 위험설
4.1.3 판례
4.2 자의에 의한 심신장애상태의 야기
5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효과
6 민법에서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1 의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actio libera in causa, 줄여서 '원자행'이라고도 하나 정식 약칭은 아님)[1]란 행위자가 고의(일부러) 또는 과실(실수)로 자기를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행위자는 책임이 감경 또는 조각되지 않아야 한다.[2] 하지만 형법의 기본정신은 행위와 책임이 동시에 존재(즉, 범죄시에 정신이 말짱할것)해야만 형벌을 내릴 수 있기에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처벌 근거를 찾게 된다.

2 처벌의 근거

2.1 원인행위와 실행행위

원인행위란 심신상실의 상태를 야기한 행위(ex. 술퍼먹기, 마약흡입)를 뜻하며 실행행위란 말 그대로 범죄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경우 실행행위는 심신상실 상태 하에서 행해진다.

2.2 구성요건모델 이론

구성요건모델 이론은 말짱한 책임능력이 존재하는 원인행위 자체를 불법의 실체를 갖춘 구성요건적 행위로 보고, 이 원인행위에 가벌성의 근거가 있다는 견해이다. 행위와 책임은 동시에 존재해야한다는 형법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해석이다. 다만 이 해석을 따를 경우 다음과 같은 괴팍한 상황이 발생한다. (도덕적으로 봤을 땐 아래의 예시가 타당한 경우라고 생각될 수 있어도, 법치국가에서 형법의 대원칙 중 하나는 피해 없는 곳에 처벌도 없다이다. 즉 법치국가의 형법은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만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의 예외를 둔 것이 바로 미수죄인데, 방화나 살인 등 강력한 범죄의 경우에만, 그것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 A가 B를 살해하려 결심했으나 배짱이 딸려 술기운에 기대고자 깡소주 대여섯병을 깠다가 그대로 퍼질러진 경우, 이 이론을 따르는 법 체계에서는 술먹고 퍼질러진 행위 하나만으로(다만, A가 애초부터 B를 죽이려고 술을 먹었다는 걸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할 수 있을 때[3]) A는 살인미수죄로 유죄가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피의자가 상대를 죽이려는 마음을 갖고 꽐라가 될 때까지 술을 퍼먹는 것 자체가 살인에 착수했다는 소리가 되니까.[4]

2.3 반무의식상태설

심신장애상태하에서 행위자가 행한 행위는 반무의식상태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 A는 B를 반쯤 완전취한상태로 살해했다.
이 학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분은 서울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한 유기천 박사(1918~1998)였다. 반무의식상태설은 우리나라 학자가 내세운 독창적인 학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유기천 박사는 심리학에 기반을 두어 반무의식상태설을 제창하였지만 반무의식상태가 어떤 개념인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결국 주장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이 학설을 지지하는 학자는 없다.

2.4 예외모델 이론

말 그대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형법의 기본원칙인 행위와 책임의 동시존재의 예외적 존재라는 주장이다. 현재 다수설이다. 이 경우 범죄실행행위는 심신장애상태하의 행위이지만, 그 행위의 책임은 원인행위시에 갖추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형법에서 예외의 경우를 두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 하지는 않으나 이렇게 설명하지 않는 이상 다른 두 학설이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가장 많은 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학설이다.

3 유형 및 실행의 착수시기

자세한 내용은 형법(총론)교과서를 참고하도록 하자.
유형 원인설정행위 심신장애상태하의 행위 효과 자연언어적 예시
1 고의 고의 고의책임 술을 먹기 전부터 철수를 죽일 생각으로 술을 먹었고, 그에 따라 술에 취해 철수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2 고의 과실 과실책임 술을 먹기 전부터 철수를 죽일 생각으로 술을 먹었는데 술에 취하고 나서는 철수를 죽일 생각은 사라졌고, 취기를 빌려 빈 권총(인 줄 알았던 권총)으로 철수를 쐈으나 그 총에 총알이 장전되어 있어서 철수가 죽었다.
3 과실 고의 과실책임 물인 줄 알고 마신 게 알고 보니 술이었는데, 취기가 돈 김에 (그러니까 원래는 철수를 죽일 깡이 없었는데) 평소부터 죽이고 싶었던 철수를 취기를 빌려 권총으로 쏴 죽였다.
4 과실 과실 과실책임 물인 줄 알고 마신 게 알고 보니 술이었고, 취기를 빌려 빈 권총(인 줄 알았던 권총)으로 철수를 쐈으나 그 총에 총알이 장전되어 있어서 철수가 죽었다.

4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기위한 요건

4.1 위험발생의 예견

행위자가 원인행위시에, 범죄의 행위/결과 발생을 인식/인용하거나(고의) 또는 그 가능성을 예견할 수(과실) 있었어야 한다. 위험발생의 예견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학설은 두 가지로 나뉜다.

4.1.1 특정구성요건실현설

'위험의 발생'을 특정한 구성요건의 실현으로 보는 설이다. 절대다수설로, 흔히 형법 교과서에는 이 설만 소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범죄를 결의했으나 담력을 키우기 위해 술을 마신 것처럼, 원인행위시에 범죄의 현실적 실현을 (피의자 자신이) 예견했다면 고의범으로 처벌한다. 또한 원인행위시에 (일반적인 인간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면 과실범으로 처벌한다. 원인행위시에 인식/예견할 수 없었던 행위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일반적인 심신미약으로 취급한다)

  • A는 B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용기를 얻기 위해 소주를 마시고 심신 장애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 살인
  • A는 음주운전을 할 것을 예견했으나 술을 마셨고, 음주운전을 하면서 B를 치어죽였다.[6]
    -> 과실치사 ( + 음주운전죄)
  • A는 B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깡소주 대여섯병을 깠으나 술김에 C의 상점을 턴 경우
    ->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 = 일반적인 심신미약으로 인정[7])
이 설의 단점은 고의범으로 처벌되는 범위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술 마시고 벌어지는 범죄의 대부분은 술 마신 후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럴 경우 과실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으면 처벌도 되지 않는다. 예컨대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여성을 강간했다면, 만일 술 마실 때의 상황이 일반인들의 상식에 비춰 보아서 강간이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형이 감경되고, 일반인들의 상식 선에서 강간이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과실강간이 되어 처벌을 받지 않는다.[8] 상식적으로 전자보다 후자가 더 죄질이 나쁠 것 같지만 다수설을 적용하면 이런 부당한 결과가 나온다.

이 학설은 독일에서 온 학설인데, 독일의 경우 완전명정죄라 하여 위와 같이 처벌의 공백이 생길 경우 징역 5년 이하로 처벌할 수 있게 되지만 국내에는 그런 게 없어서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은 심신미약은 임의적 감경이라서 위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완정명정죄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4.1.2 전형적 위험설

원인 행위 설정시 그 원인행위로 인해 법익 침해의 위험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어 심신장애로 인한 감면을 받지 않는다는 설. 소수설이다. 이 설 자체를 알지 못 하는 사람도 많다.

만약 고의로 술을 마셨다면,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은 당연히 알기 때문에 술 마신 뒤 저지른 범죄는 거의 무조건 고의범으로 처벌된다. 그렇다면 과실범은 성립 안 되느냐 하면, 운전자는 드링크의 성분을 잘 볼 주의의무가 있는데 수면 부작용이 있는 드링크의 성분을 제대로 보지 않아 졸음 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에는 과실범이 된다. 이 설에 따르면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과실 없이 원인행위가 법익 침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몰랐어야 한다. 거의 원래 심신장애였던 사람이 원인행위를 했을 경우에나 10조 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4.1.3 판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배울 때 가장 대표적으로 배우는 판례는 조형기의 음주운전 및 뺑소니 사건이다. 이 사건이 대법원이 이와 관련하여 입장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형기 항목에서 설명되어 있으므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와 관련된 부분만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2심에서 조형기는 일명 뺑소니[9]로 기소되었고 법원에서 이에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이론을 적용하여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서[10]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조형기 측은 대법원에서 4유형론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위는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이므로 과실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11] 대법원은 10조 3항이 적용되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해도 고의범인 뺑소니로 처벌될 수 있다고 보았고, 다만 해당 법률이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되었다. 주의하자. 뺑소니를 처벌하는 법률이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밖에 처벌할 법률이 없어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된 것이지 과실범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다.

이 판례에 대해 특정구성요건 실현설에서는 과실범으로 처벌해야 하는데 고의범을 인정하였다고 비판하였고, 반면 전형적 위험설에서는 전형적 위험설을 판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환영하였다.

4.2 자의에 의한 심신장애상태의 야기

형법 제10조 3항이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어, '자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1). 고의로(일부러) 야기한 것만을 의미한다는 해석과
2). 과실 또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다수설)가
대립하고 있다.

5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효과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 인정되면, 심신상실상태에서 행해졌다 하더라도 책임이 조각/감경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얄짤없다.

6 민법에서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민법에서도 적용된다. 민법 754조를 보면, 심신상실 중에 저지른 행위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단서로 고의 또는 과실로 심신상실을 초래할 때는 그러지 않도록 되어 있다. 형법 규정에 비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형법 내에서는 소수설인 전형적 위험설과 유사하게 해석되고 있다. 예컨대 술을 마시면 심신상실이 될 것은 당연히 예상가능하므로 술인 것을 알고 마신 뒤 심신상실 상태가 되어 사고를 치면 배상책임을 진다.

참고문헌 : 신호진 형법요론 제5판
신동운 형법총론(통설의 비판 부분 및 전형적 위험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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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인'이 일어난 경위를 볼 때 이것은 피의자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한 행위인 것이다'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랫 문단의 원인행위 참고. 아니면 '원인'을 범죄 상황에서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라틴어에서 Liber- 어근은 '풀어놓다'란 의미도 가진다.(Libera! = 풀어줘라!)
[2] 즉 일부러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형을 감경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3] 모든 사건은 일단 무죄로 가정한 뒤 증거를 제시해서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형벌의 이론을 설명할 때는 증명이 되었다고 가정한다. 증명하는 것은 형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4] 이 이론에서, 꽐라가 실제로 되어야 살인죄의 착수로 보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정확히 언제 실행의 착수가 되는지는 이 이론이 아닌 실행의 착수이론에서 다루는 부분이다. 즉 구성요건모델 이론에 따르면서도 어떤 실행의 착수이론에 따르는가에 따라서 술을 먹기 시작했을 때 실행의 착수가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만취가되어야 실행의 착수가 될 수도 있다.
[5] 성균관대의 임웅 교수는 8유형론을 제창하신다.
[6]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보행자를 치여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상식에선 충분히 예견 가능하지만, A 자신이 사람을 치여죽이기 위해서 일부러 (...) 술을 깐 것은 아니므로.
[7] '술에 취하면 누군가의 상점을 털어야 한다'라는 게 일반인들 사이에서 상식이 아니기 때문에. 하긴 저런 게 상식이면 은 당장에 유통 금지 품목이 됐을 거다 (...)
[8] 대한민국 형법에 '과실강간'이란 죄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쉽게 이야기 하자면, 강간 전과가 있는 사람, 즉 강간에 대해 예견이 가능한 사람이 술 처마시고 강간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 일단 판례는 없다. 다만... 강간할 생각으로 술 처마신거면 위 네가지 유형 중 1번, 2번에 해당된다. 1번에 해당된다면 형을 받겠지만 2번에 해당되면 강간 예비(역시 처벌 규정이 없다)가 되어 처벌 받지 않는다. 더럽게 복잡하다.
[9]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1호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10] 해설하면, "조형기가 사람을 치려고 술을 먹었다"고 판정했다는 이야기이다.
[11]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치려고 술을 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의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 문제는 뺑소니 범죄에는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에 있다. 만약 과실범이 인정될 경우 형이 매우 낮은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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