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식 소주

곡물로 담근 밑술을 증류하여 만드는 소주. 한국에는 고려시대에 몽골로부터 들어왔다. 아라길주(阿喇吉酒)라 불렀다. (아라길이란 터키 술인 '아락', 몽골의 '아르히'[1], 혹은 유고, 불가리아의 '리카아' 와 같은 어원으로 즉 북방 민족의 술이다.) 즉 페르시아의 증류법이 몽골을 거쳐 고려에 전해진 것이고, 이렇게 소주가 탄생한 것이다.

보통 맵쌀등으로 만든 밑술(막걸리)을 담근 후 이를 증류해 만든다. 한 번 달인 것을 노주(露酒), 홍로(紅露)라 하며 두 번 달이면 환소주, 혹은 감홍로(甘紅露)라고 부른다. 이렇듯 소주는 서양의 위스키나 브랜디와 같은 고급증류주이다. 즉, 이것이 오리지널 '소주'인 것이다. 지역이나 가문, 전통에 따라 다르나 주로 30도 이상의 도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옛날에는 먹고 살기에도 빠듯할 지경인데 귀하디 귀한 쌀로 빚는 탓에 특히 귀할 수 밖에 없었다. 조선시대에는 식량난을 우려해 소주 빚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빈번히 시행될 정도였다. 양반들조차도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약을 음용하듯 마셨다. 소주잔의 크기가 작은 이유와 약주[2]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하였다.

원래 소주는 이렇게 만들었지만 희석식 소주가 발명 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주로 자리 매김이 되는 바람에 증류식 소주는 이뭐병 취급 당하고 있다. 희석식 소주와 값이 비슷한 증류주는 엄밀하게 말해 국내엔 없다. [3] 이래서야 기존 희석식 소주값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먹을 리가 있나... 게다가 희석식 소주에 익숙해지면 증류식 소주보고 냄새가 이상하다니, 독해서 못먹겠다니 하면서 설레발을 친다. 희석식 소주에 입맛이 익숙해져버린 탓이기도하고, 증류식 소주의 재현이 미흡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4]
그리고 희석식 소주보다 비싼 가격이라 소주치고 너무 비싸다며 거부감을 표명한다. 심하면 증류식 소주를 즐기는 사람에게 허세에 차있다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갑류소주라 해서 주정으로 만든 소주를 판다.(한국산 소주보다 저가의 제품이다) 물론 최근에는 고구마 소주, 감자 소주등 재료를 중시하는 타입의 증류식 소주가 붐을 이루어 개발, 출시 되고 있다. 오키나와 지방의 아와모리는 전통적인 증류주.

참고로, 현행 주세법상에는 증류식 소주에다 희석식 소주에서 쓰는 주정(고순도 에틸알콜)을 섞어도 증류식 소주라고 표기할 수 있으니 선택에 주의를 요한다. 이러면 희석식 소주랑 다를 게 별로 없으니...

이들 전통소주들은 증류주의 특성상 불순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독하지만 뒤끝이 없다다고 알려져있지만 증류 방법에 따라 메틸 알콜 등 발효시 불순한 성분들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제품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높은 가격에 첨가물[5]이 들어 있지않아 맛과 향도 훌륭하다. 은은한 곡물향이 희석식 소주와의 차별점.

도매점에서 구입 할 경우 안동소주 일품(40도)는 355ml 1병 당 5천원. 그리 비싸진 않다. 다른 증류주(위스키, 브랜디 등)에 비해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인듯하다. 숙성 없이 출하되는 증류식 소주와 비슷한 증류주로는 보드카, 과 레포사도 타입의 메즈칼(데킬라) 등이 있다. 몽골식 소주는 보드카로 표기해 판매하지만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와 무척 흡사하다. [6] 우리의 증류식 소주의 고향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다만 몽골에서는 마유주를 증류한 증류주인 '시민 아르히'가 곡물 증류주인 '차간 아르히' 대중적이다.(몽골 사람들은 유목민족이지 농경민족이 아니다)

현재 시판중인 증류식 소주는 진로 '일품진로', 안동소주 '일품', 광주요 '화요' , '문배주', '금복주', '이강주' 등이 있다. 이 중 일품진로와 금복주 오크젠은 참나무통 숙성과정을 거쳐서 위스키에 가까운 맛과 향을[7], 문배주는 고량주와 비슷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쌀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고 싶다면 다른 제품들을 추천. 화요는 좀더 정돈되고 세련된, 안동소주는 좀더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준다.[8] 가격은 화요(41도), 일품소주(40도), 문배주(40도), 화요(25도), 일품진로(23도[9]), 문배술(23도), 일품소주(21도), 이강주(19도) 순. 할인마트 마다 파는 제품군이 조금씩 다르다. 앉은뱅이술로 불리는 서천의 한산소곡주를 증류한 불소곡주가 전통 증류식 소주 시장에 뒤늦게 가담했다.

입맛이란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몇명의 시음평을 볼 때 가격순으로 맛의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그 밖에 강원도에서 감자소주가 있다고는 하는데 증류식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10]

38선 북쪽에서 생산된 '평양소주'라는 상품은 남쪽의 희석식 소주와 같은 병(2홉들이) 팔리고 90년대 후반 남북관계가 좋을 때 수입되서 팔리기 조차했다. 조악해보이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이 물건은 증류식 소주로 곡향이 탁월하고 희석식 소주로 의심될만한 저렴한 가격에 주당들을 즐겁게 해줬으나 인기가 좋아지자 바로 대륙의 짝퉁이 유입되어 외면받게 된다. [11]

http://pds13.egloos.com/pds/200812/20/88/e0063488_494cbca14b2bf.jpg
가장 일반적인 증류식 소주에 가까운 걸 찾는다면 안동 일품소주를 추천.
40도임에도 깔끔하게 넘어가는 증류식 소주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도매가는 5000원, 식당 가격은 12000원 정도. 개봉 후 오래되면 특유의 향이 증발하기 때문에 빨리 소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전통 안동소주(위에 언급한 브랜드와는 다르다. 보통 명절 때 우체국 등지에서 파는 물건)의 도수는 보통 45도로서 매우 독한 편이다. 그래서 한 병(500ML)을 사면 대학 한 학과 전체(40명)이 나누어 마셔도 될 정도로 독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도 좀 약한 편이고 정말 재래식으로 제대로 만들면 7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소주를 내렸을 때 처음 나오는 술이 70도 정도고 나중에 나오는 술일수록 도수가 낮아져, 결국 섞으면 45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소주를 만드는 방식은 '소주고리'라는 질그릇제 증류기를 솥위에 올리고 시루본으로 솥과 소주고리의 틈을 막고 증류하거나 밑술을 가마솥에 넣고 한 가운데 소주를 받을 사발을 두고 솥뚜껑을 뒤집어 닫고 솥뚜껑에 냉각수 역할을 할 냉수를 채워. 솥을 가열. 증류된 알콜이 솥뚜껑에 냉각되어 뚜껑 손잡이로 모여 아래의 사발로 모이는 식으로 증류하기도 하였다.

문배주를 만드는 중요무형문화재 이기춘 대표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등의 현대식 설비를 도입하면서 (물론 그 과정의 연구와 노력에는 고생이 컸지만) 술맛의 편차가 적어져 퀄리티 콘트롤이 더 용이해졌다고 한다.

여담으로 블랙 러시안을 만들때 보드카를 증류식 소주로 대체하면 블랙 코리안이라는 칵테일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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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르히의 경우는 재료가 말젖이 이용되기도 한다. 또 몽골리안 보드카로도 불리며 보드카로 취급되기도 한다.
[2] 어른이 술을 마시는 것을 공손히 표현하는 것
[3] 중국집에서 파는 고량주가 증류주가 아닌가 하지만 저가의 고량주(=백주)들은 우리나라의 희석식 소주와 마찬가지로 술밑을 증류해서 만든 주정(고순도 에틸알콜)을 농도 조정해서 만든 희석식 술이다.
[4] 증류주 제조의 핵심 공정인 증류과정은 무척 전문적이고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한다. 일제시대를 거치며 명맥이 끊어진 전통주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증류의 기술이 얼마나 정확히 재현 되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조선말엽의 소주와 지금 재현된 증류식 소주의 맛을 비교 체험해본 사람이 없으니
[5] 희석식 소주는 단맛을 내기위한 감미료가 들어가 있다. 발암성 논란이 있는 사카린 대신 스테비오사이드나 아스파탐 등의 합성감미료를 사용한다. 희석식 소주에서 감미료를 뺀다면 그야말로 맹물에 알콜을 탄 맛으로 참고 먹기 힘들다고한다.
[6] 국내에는 범아시아 식품마트에서 취급하는 '칭기스칸 보드카'가 있다.
[7] 오크젠의 경우 숙성원액을 일부 블렌딩한 것. 따라서 가격도 일품진로에 비해 좀 더 저렴하다.
[8] 안동소주는 전통적으로 소주고리에 걸러 만들기에 약간 탄내가 난다는 평이 있다. 화요는 감압증류를 이용하여 이물질이 덜들어간다.
[9] 30도→23도로 2010년 너프
[10] 감자로 만든 술은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한다. 아마 증류식일 가능성이 높다.
[11] 중국산 주정을 이용한 희석식 소주로 추정, 오리지널 상품의 라벨도 인쇄상태가 좋지 못하여 짝퉁과 구별이 불가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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