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rodite
미와 사랑의
여신. 로마에서는 베누스(Venus, 영 :
비너스).
미의 여신답게 아름다우며, 안 그래도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더욱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 '케스토스 히마스(KEΣΤΟΣ ΗΙΜΑΣ)'라는 신비로운 허리끈을 남편
헤파이스토스에게 선물받았다.
(그런데 이 물건으로 하여금 아프로디테가 바람을 더 쉽게 피울 수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
서열상으로는 우라누스의 막내딸이며, 제우스의 고모뻘이여서 신으로서의 지위도 매우 높다.
그 정체는 여자
제우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희대의 난봉녀.
그나마도 제우스의 난봉짓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는 반면, 아프로디테는 그것도 아니다. 남편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올림푸스에서 제일가는 스캔들 메이커로서 유명하다.
버젼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매우 변덕스럽고 기분파. 사랑의 변덕스러움과 욕망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반영되었기 때문인 듯. 여신치고는 경박한 언행으로 같은 신들 사이에서도 까이는 장면이 은근히 목격되지만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
그 당시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던 '여성성'을 극단적으로 구현화한 형태라서 이러한 인격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마디로, 그리스판
패리스 힐튼.(…)
트로이 전쟁에서는 아레스와 함께
아테나의 버프를 받은 인간에게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고, 이후 신들의 직접적인 개입을 허용한 시점에서 아테나에게 완전히 발리는 등, 주신 대열에 끼는 신치고는 영 대우가 시원치 않다.
하지만 신성한 사랑을 모독하는 인간에게는 무서운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리스 비극 중 하나인 '휩폴리토스'에서 주인공인 휩폴리토스가 자신을 깔보는 말을 하자 그녀의 젊은 계모가 휩폴리토스에게 반하도록 저주를 걸어 결국 휩폴리토스를 죽게 만든다.
제우스와 어떻게든 혈연관계가 있는 다른 신들과 달리, 아프로디테의 탄생은 특이하다.
크로노스가 잘라낸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에 떨어져 거품을 뿜었고, 그 거품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아프로디테다……라는 건 어린이용 이야기고, 사실 그 거품은 우라노스의
정액이라는 말도 있다. 과연 태생부터 비범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이라는 설도 있다. 헌데 저 디오네란 여신의 이름은 언어학적으로 볼 때 제우스의 여성형 변용이라는 설도 있어서, 저 경우엔 그냥 제우스의 딸이 된다.
플라톤의 심포지움에선 아예 아프로디테가 두 명인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라노스의 성기로부터 나온 것은 천상의 아프로디테,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은 지상의 아프로디테(판데모스)인데 전자는 이상적인,
플라토닉한 사랑을 가리키며 후자는 육체적인 사랑을 가리킨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 왼쪽이 서풍(제피로스)
아프로디테가 태어나자마자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서풍이 그녀를 신들이 있은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태어난 장소가 키프로스이기 때문에 키프로스에서 온 여신, 퀴프리스라고도 불리게 된다. 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기원으로 해서 해양 무역을 통해 그리스에 전파된 신으로 추측된다. 기원을 따라가면
이슈타르가 있겠지만, 이슈타르가 사랑과 전쟁 등 많은 방면을 관장하는 여신인데 비해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만을 관장한다. 여하간 그래서
일리아드에서 자기 아들
아이네이아스를 지키려다가 디오메데스에게 손을 찔려 겁에 질려 도망가기도 했다.
그 아름다움에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반해서 아내로 삼으려고 했으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가장 추한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하게 되었다. 제우스의 명령으로 억지로 한 결혼이라 애정이 생길 리가 없었고, 여러 신과 바람을 피우게 된다. 바람 상대는 주로
아레스. 한번은 불륜을 눈치챈 헤파이스토스가 침대에 그물을 설치해놓아 아레스와 같이 붙잡히고 여러 신들에게 불륜사실이 들켜버리는 쪽팔리는 사태까지 초래했지만 별로 반성하지 않은 듯.
아도니스 같은
미소년을
키잡하기도 한다. 남자 고르는 기준은 일단 외모인 듯. 아레스도 비록 인기는 없었으나(…) 미남이었고 아도니스는
페르세포네도 반한 절세의 미소년이었으니.
아프로디테의 이런 독특한 입지는 그녀의 기원과 관계가 있다. 신화에서의 위상은 낮지만, 신격으로 볼 때는 매우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강력한 신이다. 아프로디테의 기원에 대해서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동방의 신
이슈타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슈타르가 강한 교세를 가진 신이었기 때문에 이를 억누르기 위해 여성성을 부여하고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정과 욕망의 속성을 준 것. 하지만 이게 또 이슈타르 본연의 다산, 풍요와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긴 시간에 걸쳐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우스 혈족에 포함되지 않고 보다 원초적인 존재로부터 생겨났다는 것도 과거에 누렸던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아프로디테를 그리스 세계에 녹아들게 하면서도 그 강대함의 흔적을 다 지우진 못했다. 추하고 민망한 트러블을 일으키기는 해도 일단 급이 높고 강력한 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는 곳마다 여러 하위 신들의 보필을 받았다.
유명한 자식으로는 흔히 큐피드로 널리 알려진
에로스. 아레스와 관계해 낳은 자식이란 설이 있지만 그냥 처음부터 딸려온 자식으로 보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는 듯.
왠지 관장하는 분야가 싸움과는 아무 상관없는데 의외로 영웅들을 많이 돕기도 한다.
카이사르의 집안인 율리우스 씨족은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된 베누스를 조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용비어천가(…) 같이 만들어진 아이네이아드의 주인공이 아이네이아스다(율리우스 씨족은 아이네이아스가 조상이라고 믿었다).
아름다움의 신이라면서
헤라,
아테나와 동급 취급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적어도 모든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틀어 아프로디테보다 더욱 아름답다고 여겨진 인물은
프시케밖에 없다. 게다가 프시케도 실은 로마 시대에 중후반 다 되어 만들어진 케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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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신화
키프로스의 여인네들이 나그네를 박대한 댓가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되자, 이 때문에 살아있는 여성을 좋아하지 않게 된 피그말리온은 지상의 헤파이스토스라 불릴 정도인 자신의 조각 실력으로 상아의 여인상 갈라테아를 만들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한 나머지 아프로디테의 축제일에 갈라테아를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기원했으며, 아프로디테가 그 기원을 들어주어 갈라테아는 인간이 되어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었다.
현대의 피규어 덕후들이 귀감으로 삼는 신화.
● 이피스와 아낙사레테
이피스는 다른 것은 부족할 것이 없었으나 천민으로 태어난 것이 유일한 흠인 청년이었다. 그는 유서 깊은 집안 귀족 처녀 아낙사레테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매일 같이 구애하지만, 그녀는 매번 그를 비웃고 냉담한 말을 할 뿐이었다. 결국 그는 낙심하여 그녀의 집 앞에서 목 매어 자살하고 만다. 이튿날 아낙사레테는 이피스의 장례 행렬이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다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그 자리에서 돌이 된다.
나중에 베르툼누스가 포모나를 꼬실 때 이 이야기를 써먹었다.
● 탄호이저 전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전설. 유랑의 음유시인 기사 탄호이저가 베누스부르크의 산 아래 있는 비너스의 궁전에서 10년 동안 비너스와 애욕을 누리다가,
지친 나머지 지상으로 돌아와 교황에게 용서를 빌었으나 교황은 지팡이를 땅에 꽂은 뒤 "이 지팡이에 잎이 나지 않는 한 너의 죄는 용서받을수 없을 것이다!"라고 비난하였다. 탄호이저는 실망한 나머지 도로 베누스부르크로 돌아가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땅에 꽂힌 지팡이에서 새 잎이 나버렸기 때문에 교황의 사자들이 탄호이저를 쫓아갔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지팡이에 잎이 난 것을 비너스의 마법으로 해석하는가, 신의 기적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전설이 갈라진다.(보통은 후자) 이 전설을 각색한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탄호이저는 결국 신에게 용서를 받는다.
●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탈란테라는 달리기를 엄청 잘 하는 미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결혼을 하면 결과가 안 좋다는 예언을 듣고 "나랑 달리기 시합해서 이기는 남자랑 결혼하겠음!"이라고 선언했다. 수많은 남자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
역시 아탈란테에게 반한 히포메네스는 어떻게 시합에 이길까 고민하다가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황금사과 세 개를 준다.
히포메네스가 시합을 하면서 뒤쳐진다 싶으면 황금사과를 하나씩 던지고, 아탈란테가 그걸 줍는 사이 자기는 앞지르는 방법으로 결국 시합에는 이기고, 결혼에 성공한다.
아탈란테도 일종의 부정행위(...)로 시합에 졌지만 히포메네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잘 하였다. 거기까진 좋았지만 히포메네스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였는데.....아프로디테에게 감사표시를 하는 걸 잊은 것이다.
여기에 분노한 아프로디테는 조용히 기회를 엿보다가 이 부부가 산속을 가다가
키벨레 여신의 신전에 이르렀을 때 음욕을 일게 해서
붕가붕가를 하게 만들었다. 자기 신전에서 하는 짓을 보고 분노한 키빌레는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를 사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길들여서 수레를 끌게 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