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
축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미국에서의 월드컵.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 독점하던 월드컵을 최초로 제3대륙에서 개최한 월드컵이다.[1] 이 과정에서 흥행에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대흥행과 막대한 상업적 수익을 안겨준 월드컵이 되었다.
24개국이 참가한 마지막 대회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관중수 3,587,538명으로 역대 월드컵 통산 1위의 대기록이다. 이후 대회에서 출전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나 경기수가 12경기 늘어났음에도 이 기록은 남아공 월드컵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2] 이것이 천조국 스포츠 내수시장의 위엄.[3]
이를 계기로 4대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야구, 농구, 미식축구의 인기에 밀리던 미국에서도 축구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이후 미국에서 MLS라는 프로축구 리그가 뿌리박는 토대가 되었다.
여담으로 디트로이트 라이온즈의 홈구장 폰티악 실버돔은 FIFA 월드컵 사상 최초의 실내구장이었다.
2 유치과정 ¶
미국 외에도 모로코와 브라질이 유치전에 참가했다. 그러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제3대륙에서의 개최 여론이 드높아짐에 따라 브라질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였다. 사실상 미국과 모로코의 양자 대결.
모로코는 유럽과의 시차가 사실상 없고 거리가 짧아 선수단 및 관중의 방문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SOC 시설과 경기장이 빈약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재정에 대한 의구심이 높았다.
반면 미국은 유럽에서 대서양을 횡단해야 하기에 시차 및 거리 문제가 있었으나, 대신 상업적 흥행 요소 면에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강력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SOC는 이미 갖춰져 있었고, 경기장 확보도 미국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우리에겐 있는 건 달러 뿐입니다.
결국 그런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최종적으로 미국 10표, 모로코 7표, 브라질 2표로 단 1번의 투표로 미국이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아프리카, 아시아의 표가 모로코를 밀었으나 역부족이었다.
3 진출국 ¶
● 표시는 개최국 자동진출, ★은 전 대회 우승국 자동진출이다. () 표시는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다.
- 남미(3.5장) :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 북중미(2.25장) : 미국●, 멕시코
- 아시아(2장) : 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 아프리카(3장) : 나이지리아, 카메룬, 모로코
- 유럽(13장) :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루마니아, 벨기에, 그리스, 러시아, 스웨덴, 불가리아
- 오세아니아(0.25장) : 진출 실패[4]
5.1 조별 라운드 ¶
최좌측이 조 1위, 최우측이 조 4위이다. 굵은 글씨로 표시된 나라가 16강 진출국.
| A조 | 루마니아 | 스위스 | 미국 | 콜롬비아 |
| B조 | 브라질 | 스웨덴 | 러시아 | 카메룬 |
| C조 | 독일 | 스페인 | 대한민국 | 볼리비아 |
| D조 | 나이지리아 | 불가리아 | 아르헨티나 | 그리스 |
| E조 | 멕시코 | 아일랜드 | 이탈리아 | 노르웨이 |
| F조 | 네덜란드 | 사우디아라비아 | 벨기에 | 모로코 |
A조는 콜롬비아가 독주하고 루마니아와 스위스가 경합하며 미국이 개최국 첫 1라운드 탈락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첫 날부터 이변이 시작되니, 미국이 스위스와 비기고, 루마니아가 콜롬비아를 3:1로 압살했다. 이후 경기에서는 스위스가 루마니아를 4:1로 압살하며 대혼전이 시작되었고, 최약체로 지목된 미국은 우승후보 콜롬비아를 2:1로 격침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대혼전 속에 루마니아와 스위스가 1, 2위로 16강에 직행했고, 미국은 1승 1무 1패로 3위를 차지했다. 우승후보 콜롬비아는 4위로 광탈.(…)
B조는 예상대로의 경기가 진행되었다. 브라질과 스웨덴의 독주였다. 지난 대회 검은 돌풍의 주역 카메룬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비기며 2연속 16강을 노렸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16강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러시아에게 6:1로 관광당했다.(…) 브라질과 스웨덴이 조 1, 2위를 차지하고 러시아는 1승 2패로 3위.
C조는 독일과 스페인의 독주 속에 볼리비아가 한국을 몇 골 차로 이길 것이며, 또 독일과 스페인 중 어느 한 팀에 비길 수 있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독일과 스페인이 조 1, 2위를 차지하긴 했는데 진행양상이 매우 판이했다. 볼리비아는 1무 2패로 꼴지로 주저앉았고, 대한민국은 선전했으나 2무 1패로 조 3위.
D조는 그리스가 3패하며 광탈하는 동안, 나머지 3팀이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쳤다.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에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해트트릭과 디에고 마라도나의 추가골로 그리스를 4:0으로 승리했으나 직후의 약물검사에서 마라도나가 양성반응을 보여 추방(…), 이후 고전하며 나이지리아에 이겼으나 불가리아에 패했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에 패했으나 불가리아에 이겼고, 불가리아는 아르헨티나를 이겼으나 나이지리아에 패했다. 3팀이 2승 1패인 상황에서 골득실, 다득점, 승자승 모두 따져 나이지리아와 불가리아가 조 1, 2위를 차지했다.
E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이며 월드컵 역사상 유일무이한 4팀 승점 동률이 발생한 조였다. 4팀 모두 상대에게 이기고 비기고 지고를 반복하며 최종적으로 4팀 모두 1승 1무 1패 승점 4점이 나온 것. 심지어 골득실까지 똑같이 0이었다. 다득점에서 3골로 앞선 멕시코가 조 1위를 차지했고, 아일랜드는 이탈리아와 같이 다득점이 2골로 같았으나,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했기에 승자승 원칙으로 2위가 되었다. 단 1골밖에 넣지 못한 노르웨이는 꼴지가 되었다.노르웨이: 1승 1무 1패 하고도 내가 꼴지라니!
F조는 D조와 매우 유사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모로코가 승점자판기를 해주는 동안 네덜란드가 사우디에 이기고 벨기에에 패했으며, 벨기에가 네덜란드를 이기고 사우디에 패했다. 그리고 사우디는 벨기에에 이기고 네덜란드에 패하여 서로 2승 1패씩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사우디가 골득실에 다득점까지 같았으나 승자승 원칙으로 네덜란드가 1위, 사우디가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조 3위 팀 6개국 중 상위 4개팀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은 2승 1패의 D조 아르헨티나와 F조 벨기에, 1승 1무 1패의 A조 미국과 E조 이탈리아가 차지하였다.
5.2 결선 토너먼트 ¶
16강 첫 경기서부터 이변이 나왔다. 루마니아가 아르헨티나를 3:2로 격침시킨 것. 아무리 마라도나가 빠졌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스웨덴이 사우디를, 브라질이 미국을, 네덜란드가 아일랜드를, 독일이 벨기에를 격파하며 더 이상 이변이 없나 싶었으나 불가리아가 멕시코를 승부차기 끝에 이겨 8강에 합류하고, 나이지리아가 이탈리아를 격침시킬 뻔한 일이 일어났다.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바조가 경기 종료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내고 연장전에서 역전골까지 넣으며 광탈을 면했다. 마지막 경기에선 스페인이 스위스를 3:0으로 이겼다.
8강에서는 브라질이 네덜란드를 물리쳤고, 이탈리아는 또 바조가 후반 35분에 쐐기골을 터트리며 스페인에 2:1 승리를 거두었다. 스웨덴은 루마니아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5:4로 신승을 거두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미국 월드컵 돌풍의 주인공 불가리아에 2:1로 역전패당하며 8강에서 주저앉았다.
4강전 1경기에서는 돌풍의 주인공 불가리아를 상대한 이탈리아가 또 바조가 2골을 휘몰아치며 스토이치코프가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불가리아에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2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스웨덴에 1:0으로 승리했으며 이후 3·4위전에서는 스웨덴이 4강까지 올라오며 모든 힘을 쥐어짜낸 불가리아에 4:0 완승을 거두었다.
대망의 결승전. 월드컵 사상 최고의 명경기로 손꼽히는 이 경기에서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연장전 포함 120분동안 골을 넣지 못했다. 결국 이어지는 운명의 승부차기…. 양팀 첫 키커가 모두 실축한 다음 브라질은 3명이 연속으로 성공시켰으나 이탈리아는 4번째 키커가 실축하여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이탈리아는 마지막 키커가 성공시킨 다음 브라질 5번 키커의 실축을 기원해야 했고, 이탈리아의 5번째 키커는 16강전부터 내리 팀을 위기에서 구원한 로베르토 바조….
…그러나 영웅 바조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 하늘로 날아가버렸고, 바조는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말았다. 바조는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했고, 그 순간 브라질은 당시 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월드컵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6 화제의 팀들 ¶
- 대한민국 : 도하의 기적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본선에 오른 한국. 그러나 전 대회에서의 졸전과 세계 수준에서 몇 수 아래로 평가받는 아시아 예선에서도 고전했던 한국은 조별 리그 최하위가 유력시되었다. 더군다나 조편성도 험난해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 유럽의 전통 강호이자 지난 대회에서 1:3 패배를 맞본 스페인, 남미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볼리비아와 한 조였다. 3전 전패가 너무나도 당연해보이는 조였다.
그러나 첫 경기 스페인 전부터 모두의 예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스페인을 상대로 주도권을 장악했다.[5] 전반 25분, 스페인 선수 1명이 퇴장 당해 수적 우위까지 받으면서 한국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으나 전형적인 골 결정력 부족과 스페인 GK의 선방에 막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6분과 10분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저력을 보여주었고, 역시나 예상되는 수순대로 흘러가는구나… 하던 후반 38분, 프리킥 찬스에서 홍명보의 슛으로 1골을 만회했다. 한국은 전면 총공세로 전환했고, 스페인은 우왕좌왕하며 4년 전과 다른 한국의 수준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후반 45분, 황선홍의 패스를 이어받은 서정원이 동점골을 터트리며 기적을 일궈냈다.[6]
2차전 볼리비아와의 경기도 모두의 예상을 깨뜨렸다. 한국은 3개 팀 중 그나마 약체인 볼리비아를 상대로 어떻게든 이겨야 했다. 볼리비아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나 집중력은 한국이 더 높아서 90분 내내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월드컵 사상 한국이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쥔건 이때가 처음. 그러나 한국의 맹렬한 공세는 늘 마무리가 부족하여 무위로 그쳤고 한국은 첫 클린시트 경기에 만족해야 했다.[7]
이 시점에서 이미 한국은 2무로, 월드컵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의 목표는 월드컵 첫승과 16강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마지막 상대를 이겨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었으니...
역시나 독일은 강력했다. 황금 폭격기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독일 공격진은 전반에만 내리 3골[8]을 휘몰아치며 한국을 모래성 허물듯 무너뜨렸다. 독일은 스페인과 급이 달랐고, 한국 수비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나중에는 최인영 골키퍼가 당황해서 막을 골도 못 막고 실책으로 헌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9] 독일은 여유있게 전반을 마쳤고, 당시 독일의 중계진이나 관중들은 '앞으로 몇골이나 더 넣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실책을 범한 최인영을 빼고 백업인 이운재를 전격 기용하며 수비를 재조직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후반 7분만에 황선홍의 슈팅이 독일의 골문을 갈랐다.[10] 뒤이어 후반 18분, 홍명보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이 다시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시아에서 온 왠 듣보잡 같은 팀이 디펜딩챔프를 상대로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하자 전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관중들은 대추격을 시작한 한국을 향해 일방적인 응원을 퍼붓기 시작했고, 한국은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전방위에서 총공세에 나섰다. 최강의 공격진을 자랑하던 독일은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쓰며 방어에 급급했으며 경기가 흐르면 흐를수록 독일의 체력적 노쇠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한국의 계속된 공세를 육탄방어와 골키퍼 일크너의 선방쇼로 막아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추가득점에 실패하며 경기는 2:3으로 한국의 패배. 한국은 2무 1패로 염원하던 첫승과 16강을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 면에서는 가히 16강급이라는 평가가 연이었고, 클린스만 감독이 회고하길 "한국팀이 전반전에도 저랬거나 후반전 때 만약 5분만 더 있었다면 우리가 졌을지도 모른다."라고 할 정도였다. 전반전 때 너무 위축되어 있었던 것이 아쉬울 따름.
폭염이 한국 대 독일전의 분전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1994년의 여름은 전세계적으로 40도를 넘나드는 엄청난 폭염이었고, 미국의 폭염은 습기가 없는 유럽의 여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므로 유럽 팀은 항상 하던 것처럼 뛰었는데 후반 초중반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특히 노장들로 구성된 독일의 경우는 그게 말할 것도 없었다고. 반면, 미국과 비슷한 기후인 한국 선수들은 폭염에 잘 단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반전과 비슷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독일 선수들에게는 맹렬한 플레이로 다가왔을 것이다.
여러모로 볼리비아전이 매우 아쉬웠다. 2차전에서 단 1골만 넣어 승리했다면, 한국은 조 3위 상위 4개팀에 주어지는 16강 티켓 경쟁에서 3위로 합류가 가능했을 테니까.[11] - 불가리아 : 이 대회의 또 다른 진정한 주인공이다. 2002년 월드컵 한국의 4강 신화를 8년 앞서 쓴 주인공.
동유럽의 변방 불가리아는 이전부터 꾸준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단 1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승리에 가장 가까웠던 건 1986년 월드컵의 2차전 한국과의 경기였으나, 김종부에게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놓쳤다.[12]
1994 월드컵 개막 전까지, 불가리아는 월드컵 본선에 5회 나서 6무 10패에 2라운드 1회 진출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예선에서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제치고 올라오며 이번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첫 경기, 나이지리아에 3:0 떡실신.(…)
그러나 불가리아는 2차전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토이치코프를 앞세운 불가리아는 그리스를 상대로 4:0으로 압승하며 자국의 월드컵 첫 승리와 함께 나이지리아전 패배를 만회했고, 3차전에서는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하는 대 이변을 일으키며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16강전에서는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격파하였고, 8강에선 디펜딩챔피언 독일과 만났다. 그리고 불가리아는 최강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나라가 아르헨티나, 멕시코, 독일이라는 강팀을 연파하며 파죽지세로 4강에 나선 것이다.
비록 4강에서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3·4위전에서도 스웨덴에 완패했지만 불가리아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기적이었다.
직전 대회까지 한 번도 1승을 하지 못한 점이나, 강호들을 연거푸 격파하고 4강까지 치고 올라간 점, 그리고 3·4위전에서 패한 것까지 8년 뒤의 한국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한국이 1994년의 불가리아와 닮았다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 콜롬비아 : 이 대회 최대의 비운의 주인공.
이게 다 펠레 때문이다!
사실 콜롬비아는 이 대회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남미예선 A조에서 6전 4승 2무 무패, 13득점 2실점이라는 무서운 성적을 보여주며 여유롭게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남미예선이 조를 2개로 나눠 각 조 1위가 직행[13]하는 구조였고, 브라질이 B조에 속해있긴 했지만 A조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가 속한 만만찮은 조였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2번 다 이겼다. 홈에서 2:1 승리, 그리고 원정에서 5:0 승리를 기록했는데, 당시 최강팀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런 압승을 거둔 강팀이었던 것. 즉, 브라질을 피했다고 저평가할 팀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엔 브라질이 콜롬비아를 피해 다행이라는 소리까지 있었다.
더군다나 조편성까지 최상이었다. 톱시드에 개최국 미국이 배정된 A조에 편성되면서, 스위스와 루마니아, 미국과 같은 조가 된 것이다. 루마니아가 강팀이긴 하지만 콜롬비아에 비하면 약간 아래였고, 스위스는 한 수 아래고, 미국은 개최국 첫 1라운드 광탈이 유력한 팀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게오르기 하지가 이끄는 루마니아에 3:1 완패를 당한 것이다. 뭐라 변명할 수 없는 완벽한 완패였다. 하지만 루마니아도 충분히 강하기에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이변이었다. 남은 미국과 스위스는 명백히 한 수 아래였고, 2경기를 모두 이기면 16강은 별 문제 없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대회 최대의 비극의 시발점인 미국전. 전반 34분,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었다. 뒤이어 추가골까지 허용하면서 콜롬비아는 패닉 상태. 경기 종료 직전에 간신히 1골을 만회했으나 경기는 1:2로 끝났고, 콜롬비아는 개최국 돌풍의 최대 희생양이 되었다. 모두가 예상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
졸지에 2패를 떠앉게 된 콜롬비아는 자력 16강 진출이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건 무조건 스위스를 이기고, 미국이 루마니아를 이겨주길 기도해야 하는 거뿐이었다. 콜롬비아는 2패 3득점 5실점, 루마니아는 1승 1패 4득점 5실점. 이 시나리오대로만 흐르면 콜롬비아는 골득실에서 루마니아에 앞서 조3위를 차지, 타팀 3위와의 경합에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스위스를 2:0으로 격파하며 마지막 불길을 살렸으나 루마니아는 전반 17분만에 선취골을 넣었다. 콜롬비아 선수단이 간절히 원했으나 미국은 동점골조차 넣지 못하고 패배. 루마니아 2승 1패, 스위스와 미국이 1승 1무 1패가 되며 콜롬비아는 1승 2패, 조 최하위로 내려앉으며 광탈했다.[14]
콜롬비아 국내 여론은 대폭발했고, 선수단은 귀국을 두려워하며 모두들 산산히 흩어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모든 죄를 뒤집어쓰며 귀국한 선수가 바로 미국전 자책골의 주인공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그가 자책골만 넣지 않았어도 콜롬비아는 16강에 진출했을 것이다. 그런 여론이 국내에 팽배한 상황에서 결국 그는 귀국 직후인 7월 2일 살해당했다. 에스코바르가 새벽 3시경에 술집에서 친구들과 떨어져서 잠시 혼자 있는 사이에 3인조가 다가와서 그에게 시비를 걸다 그 중 두 명이 총을 꺼내서 각각 12발씩 쏜 후 도요타 트럭을 타고 현장을 떠난 것. 그들은 총을 쏘면서 "자살골 참 고맙구나!" 라고 외쳤다고 한다. 정황으로 보아 기회를 노리다 저지른 계획적인 살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콜롬비아 승리에 막대한 돈을 걸었다가 몽땅 날린 마피아 조직이 배후에 있었다는 카더라도 있다. 이 범죄와 관련해서 한 명이 체포되기는 했지만 저 3인조는 지금까지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콜롬비아의 월드컵 도전은 이렇게 피로 얼룩진 비극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저주때문일까? 콜롬비아는 이후 1998년 대회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니 이후에는 아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7 기록실 ¶
- 최다 득점 :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불가리아 & 올레크 살렌코, 러시아. 6골.
- 최초 득점 : 조르쥬 브레기, 스위스. 6월 18일 개막전, 對 미국, 전반 39분.
- 최초 퇴장 : 마르코 에체베리, 볼리비아. 6월 17일 對 독일, 후반 37분.
- 최초 완전 무득점 경기 : 6월 23일 대한민국 對 볼리비아.
- 최초 승리 국가 및 다득점 국가 : 루마니아. 6월 18일 對 콜롬비아, 3:1 승.
- 최초 패널티킥 : 하이 지 올리베이라, 브라질. 6월 20일 對 러시아, 후반 7분.
- 최초 멀티골 : 플로린 러두치오이우, 루마니아. 6월 18일 對 콜롬비아. 전반 16분 및 후반 44분.
- 해트트릭
-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아르헨티나. 6월 21일 對 그리스.
- 올렌크 살렌코, 러시아. 6월 28일 對 카메룬.
- 최다 득점 및 득점차 경기 : 6월 28일 러시아 對 카메룬. 6 : 1.
- 자책골 :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콜롬비아. 6월 22일 對 미국, 전반 34분.
- 최초 역전승 : 6월 20일 네덜란드 對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승.
- 무득점팀 : 그리스
- 3전 전패 : 모로코, 그리스
8 결과 ¶
- 1위 : 브라질
- 2위 : 이탈리아
- 3위 : 스웨덴
- 4위 : 불가리아
- 골든슈 :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 올레크 살렌코(러시아)
- 골든볼 : 호마리우(브라질)
- 실버볼 :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
- 브론즈볼 :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 야신상 : 미셀 프뢰둠(벨기에)
- 페어플레이상 :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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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같은 북아메리카의 멕시코가 이미 월드컵을 개최한 적이 있으나 멕시코는 라틴 아메리카의 범주하에 남미와 같은 취급을 받아서 사실상 제3대륙에서의 월드컵으로는 미국 월드컵을 처음으로 본다.[2] 2위 기록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의 3,359,439명이다.
[3] 또한 이렇게 많은 관중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를 치룬 대부분의 경기장이 5~6만 이상을 수용하는 미식축구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자이언츠/뉴욕 제츠의 이스트 러더포드, 디트로이트 라이온즈의 폰티악 실버돔, 시카고 베어스의 솔저 필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폭스보로 등.
[4] 오스트레일리아가 북중미 3위 캐나다를 꺾었으나 남미 4위 아르헨티나와 접전 끝에 패했다.
[5]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반 초반의 이영진의 기습적인 슛.
[6] 여담으로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김호 감독은, 스페인 감독이 "한국 쯤은 5:0으로 이기겠다." 라고 하자, "그럼 우린 딱 1:0으로 이기겠다." 라고 응수했다.
[7] 황선홍 감독이 무릎팍 도사에서 회고하길, "스페인 전 때 일대일 찬스를 날렸던 것이, 결국 이날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라고 했다.
[8] 클린스만의 2골과 리들레의 골.
[9]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 리들레의 골.
[10] 정작 황선홍 본인은 골을 넣고도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스페인전 때와 볼리비아전에서 이렇게 골을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11] 같은 1승 1무 1패인 미국(골득실 0, 3득점)과 이탈리아(골득실 0, 2득점)와 비교해서 한국은 볼리비아전 1:0 승리를 가정하면 골득실 0, 5득점으로 우위에 서기 때문.
[12] 근데 16강은 갔다. 불가리아는 당시 2무 1패였는데, 다른 3위팀들 중 승점 3점 이상이 단 2팀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 1승의 승점이 2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3] 각 조 2위는 플레이오프 후 승자가 본선 합류, 패자는 북중미 3위 - 오세아니아 1위 플레이오프 승자와 최종 플레이오프를 치룬다.
[14] 설사 미국이 루마니아를 잡아 콜롬비아가 조 3위가 되었더라도 16강 진출은 불가능했다. 콜롬비아가 각 조 3위 6개팀 중 4위를 놓고 경합할 팀은 러시아인데 러시아가 마지막 경기를 6:1로 이겨서 7득점 6실점, 골득실 +1인 상황이었다.
